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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 직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7%. "17일(현지시간) 종료된

'21세기 차르' 역대 최대 득표율…러시아는 왜 푸틴을 또 선택했나

'21세기 차르' 역대 최대 득표율…러시아는 왜 푸틴을 또 선택했나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 직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87%. "
17일(현지시간) 종료된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72)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이다. 2000년 첫 당선 이후 대통령 네 차례, 총리를 한 차례 역임한 푸틴의 기존 최고 득표율은 2018년 대선에 기록한 76.7%였는데 이를 다시 넘어섰다.

푸틴은 이같은 대선 결과에 따라 2030년까지 30년간 집권할 수 있게 됐다. ‘21세기 차르’의 대관식에 러시아 국민들은 표면적으로는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러시아가 ‘새 영토’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88~95%의 지지를 받았다.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과 조작 우려가 제기되던 온라인 투표가 도입된 가운데서다.

이같은 결과는 선거 전 나왔던 서방의 관측과 어긋난다. 서방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강도 경제 제재, 지난달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등으로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가 다소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당국이 반(反)푸틴 후보자의 출마를 막고 비판 세력을 탄압했다는 것만으론 이처럼 압도적인 승리가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선거 전 푸틴은 각종 민간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8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17일 정오(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러시아 야권은 반대파를 탄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던 대통령 선거의 마지막 날 정오에 시위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투표소로 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의 압승을 막진 못했다. AP=연합뉴스

“푸틴이 강국 만들었다” 논리 주입
러시아 국민들의 굳건한 푸틴 지지에는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선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이 러시아를 번영하는 세계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푸틴에게 표를 던진 모스크바 유권자들은 17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누구도 우리를 불쾌하게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우리를 전 세계적으로 끌어올렸다”(이리나, 59세), “푸틴이 서방의 적들을 능가한다”(표트르, 41세)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리는 러시아 국영 방송의 단골 내러티브다. 푸틴이 2000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강한 러시아’ 정책을 펼쳤고 석유·가스 등으로 러시아 경제를 끌어올렸다는 논리다. 이는 사실 국제 고유가와 천연가격 상승에 힘입은 바 컸다.

‘푸틴 이전’과 대비하기도 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난을 하지 못해 1991년 소련이 붕괴했고,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등으로 러시아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반면 최근 러시아 경제는 서방 제재에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군비 지출로 경제가 성장하는 전시경제 덕분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3% 성장한 데 이어 올해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재민 기자

서방에 맞서 전통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민족주의적 메시지도 먹혀들었다. 서방과 대립이 심화하면서 ‘나치 제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 저지’ 등 푸틴이 내세운 전쟁 명분에 동조하는 여론도 커졌다.

이 같은 요인들이 겹쳐 푸틴의 ‘30년 집권’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옛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독재(1924~53)보다 통치 기간이 길어진다. 러시아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해 푸틴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 푸틴은 84세까지 권좌에 머무를 수도 있다.

물론 푸틴의 ‘종신 집권’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16%에 이르는 등 인플레이션 관리가 쉽지 않다. 전쟁 장기화 피로도도 불안요소다.

푸틴, 특유의 모호한 화법…행보 차이 커
서방에선 푸틴이 이번에 압도적 지지율을 얻은 만큼 향후 추가 징집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층 힘을 쏟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푸틴은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올해 파리올림픽 기간에 휴전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대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휴전과 전쟁 지속 어느 쪽으로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발언이다.

서방에선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공백으로 생긴 이점을 놓치려 하지 않을 거란 쪽에 무게를 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선 이후 러시아가 새로운 동원령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마리아, 알렉산드르 부부는 최근 NYT에 “여름에 계획된 공격이 있고 병력 교대가 필요하다는 동원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징집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최근에 귀국한 남편은 ‘재도피’를 고려 중이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신병들이 15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육군 제22여단 보병으로 편성되기 위해 도네츠크 지역의 미공개 장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육군은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한 이후 2년 넘게 전투를 벌여온 병사들을 대체하기 위해 현재 35만 명의 신규 병사 모집을 추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내에선 대선 이후에도 반푸틴 세력에 대한 탄압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푸틴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날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슬픈 일”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통합’을 언급하며 내부 결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 정보·보안 기관이 최근 보여준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 WSJ에 따르면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안드레이 솔다토프 선임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 정보 및 보안 기관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공격적”이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할 게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푸틴은 누구
푸틴은 195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가난하게 자란 푸틴은 2005년 방송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수류탄 파편에 다리를 다친 상이군인이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15살에 소련 스파이를 다룬 영화를 보고 첩보요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법학을 전공하면 유리하다’는 조언을 듣고 1970년 레닌그라드대(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대에 입학했다. 졸업과 함께 국가보안위원회(KGB) 정식 요원으로 발탁된다.
푸틴이 KGB에 근무하던 시절의 모습. [중앙포토]

1991년 소련 붕괴 후 경제난에 택시까지 몰던 푸틴은 모교 법학과 교수 아나톨리 소브차크가 정계에 입문하자 중앙 정치에 진출한다. 1996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크렘린궁에 입성한 푸틴은 대통령실 행정 담당 제1비서실장, KGB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을 지내다 1999년 46세에 총리로 파격 발탁됐다. 2차 체첸 전쟁이 벌어지자 체첸 수도 그로즈니 공습을 주도, 체첸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다. 지지율이 5%로 폭락한 옐친 대통령이 1999년 12월 31일 사임하면서 푸틴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고 2000년 대선에서 52.9% 득표율로 대권을 쥐었다.

1998년 푸틴이 연방보안국(FSB) 업무보고를 위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모스크바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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